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속, 반려견 한 마리의 충직함과 끝없는 애정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주인이 풀어준 목줄을 뒤로한 채, 끝까지 자신이 지키던 집을 떠나지 않은 반려견 ‘몽실이’가 불길에 휩싸여 전신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몽실이는 수년간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지내온 하얀 반려견이다. ‘몽실이네 집’이라 불리던 작은 공간은 몽실이에게 세상의 전부였다. 불이 번질 당시, 가족들은 몽실이를 살리기 위해 급히 목줄을 풀고 “도망가야 한다”며 외쳤지만, 몽실이는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았다.
“가라고 했는데, 왜 안 갔니…”
화재 진압 이후, 불에 타버린 집터에서 몽실이를 발견한 가족들은 무너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오열했다.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몽실이는 발바닥, 하반신, 얼굴까지 크게 다쳐 생존이 기적처럼 여겨지는 상황이었다.
산불 피해로 대피소 생활을 해야 했던 가족들은 반려동물이라는 이유로 몽실이를 데려갈 수 없었다. 몽실이는 임시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버텨야 했고, 결국 동물 구조 단체 ‘도로시지켜줄개’의 손을 거쳐 서울의 동물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다.
몽실이, 아직도 앉지 못한 채 치료 중
현재 몽실이는 SNC동물메디컬센터에 입원 중이다. 의료진은 “피부 상태가 매우 심각했고, 화상 부위 대부분이 감염 위험이 높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호자의 세심한 돌봄 덕분인지 면역 반응은 양호하며 생명력 또한 강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몽실이는 여전히 편히 앉지도 못한 채 서서 견디고 있으며, 치료과정에서 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상 부위에 살이 돋아나고, 회복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인데 왜 대피소에 못 들어가나요?”
몽실이의 사연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 ‘제도적 사각지대’의 실체를 드러냈다.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몽실이 가족은 대피소에서 “동물은 들어올 수 없다”는 이유로 강제 분리됐다.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는 현재 디지털시민광장 ‘빠띠’를 통해 ‘반려동물 동반대피법’ 제정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재난 상황에서 함께 살던 동물을 남겨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관련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엄마 아빠가 집에 있는 줄 알았던 거예요…”
몽실이를 구조했던 이효정 ‘도로시지켜줄개’ 대표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몽실이는 아마 가족이 집에 남아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떠나지 못했던 거죠. 그 마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아픕니다.”
수많은 재난 보도 속, ‘몽실이’는 말하지 못하는 존재가 보여준 진심과 헌신, 그리고 제도의 빈틈이 만든 비극의 상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