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뒤, 변기 안을 들여다보면 소변 위에 작은 거품들이 생겨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두 번은 그러려니 하겠지만, 유난히 소변이 뿌옇고 거품이 많다, 항상 소변 위에 거품이 맺혀 있다, 거품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는다면 그냥 넘기기보단 한 번쯤 신장 건강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품 나는 소변, 단순한 수압 때문일까?
물론 거품이 생긴다고 해서 무조건 병적인 건 아닙니다.
수압이 강하게 나와 물과 부딪치거나, 배뇨 속도가 빠를 때도 물리적으로 거품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거품은 대부분 금세 사라지며 흔적이 거의 남지 않습니다.
문제는, 거품이 자주 생기고 오래 남는 경우입니다.
특히 소변을 볼 때마다 비누 거품처럼 보이고, 공기방울이 크거나 소변 색이 뿌연 느낌이 들면, 단백뇨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는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오고 있다는 뜻이며, 신장 기능 이상의 대표적인 신호로 여겨집니다.
단백뇨? 신장이 보내는 조용한 경고
신장은 혈액을 걸러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출하고, 몸에 필요한 단백질과 영양소는 보존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신장에 염증이 생기거나 기능이 떨어지면 단백질까지 걸러내지 못하고 소변으로 빠져나오게 됩니다. 이 단백질이 수면 장막처럼 표면장력을 만들어 소변 위에 거품이 뜨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단백뇨는 신장질환의 초기 증상 중 하나로,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소변 거품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B 교수는 “소변에 거품이 자주 생기고, 잔뇨감이나 피로감, 부종이 함께 느껴진다면 신장 기능이 이미 저하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합니다.
신장 이상과 관련된 다른 증상들
소변의 거품 외에도 함께 나타나는 변화가 있다면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꺼풀이 쉽게 붓거나, 발목이나 손등이 퉁퉁 부은 느낌이 자주 든다면, 몸속 수분을 조절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이유 없이 피로감이 심해지거나, 소변 횟수와 양이 달라지는 경우에도 신장 건강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장은 침묵의 장기로 불립니다. 증상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작은 변화라도 민감하게 살피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소변에 거품이 자주 생긴다면, 우선 수일간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보고, 고단백 식단을 조절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거품이 계속되고, 소변 색이나 냄새에도 이상이 느껴진다면 반드시 소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한 신장을 지키기 위해선 과도한 단백질 섭취, 짠 음식, 무리한 운동, 진통제의 장기 복용 등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변은 매일 우리 몸이 보내는 내부 상태 보고서와 같습니다.
그 안에 떠 있는 작은 거품 하나가 신장이 보내는 조용한 경고일 수 있다는 사실, 오늘부터 기억해두세요.
한 번의 관찰이 조기 진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